꿈.
꿈을 꾸었다.
두 사람이 보였다.
두 사람의 사이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한 사람이 등을 돌리자, 나머지 한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사립현령고등학교' 란 교명이 아침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이 학교엔 다른 학교와는 다른, 좀 독특한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생회 시스템.
학생회보다 더 높은 위치의 단체. 바로 12인위원회가 그것이다.
선생님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 단체는
학교에 대한 의견 표출이 자유롭고, 반영 될 가능성도 높다는게 이득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 단체가 선생님 한분을 이루고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나(이름은 세이키다.)?
12인위원회의 위원이다.
이 궁극의 포스를 자랑하는 12인위원회의 간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나카렌
맹꽁이
종화
도성
반
카즈오(女)
연화(女)
세하(女)
라미아 (女)
수연(女)
루트(女)
그리고 나.
인원이 적으니까 소개가 간편하군.
이런 우리 12인위원회에 도전장을 던진 녀석이 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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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미아.
우리 학교에서 이름 높은 12인위원회의 위원이다.
12인위원회? 간단히 말하자면,
선생님과 같은 권한을 가진 단체랄까..?
뭐, 이정도면 깔끔하게 정의했겠지.
나름 들떠있던 나의 기분을 가지고 위원회실로 들어갔을 때,
한 학생회간부가 들려준 이야기에 내 기분은 헝클어져버렸다.
아마 놀람과 두려움. 공포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the last reminiscence
5월 4일 A.M 8시
"선배님들!! 급한 보고입니다!!!"
학생부 하급 간부로 보이는 새내기가 용감하게 위원회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너 이녀석 이렇게 들어와도.."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너무 긴급한 사항이어서요."
맹꽁이의 지적을 단칼에 잘라먹고 새내기가 말을 이었다.
"그게.. 아직 1명의 위원이 오질 않아서.. 심의와 표결이 불가능할건데.."
"아마 계속 불가능할겁니다.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 피해자가 12인위원회의 위원이에요."
텅빈 종화의 자리를 보자,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당장 가자. 어이, 새내기. 그 사건현장으로 안내해."
"예,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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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계속 불가능할겁니다.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 피해자가 12인위원회의 위원이에요."
'뭐?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믿기지 않아.
죽은 사람이 종화라고? 어떻게? 아니, 왜?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작업하던 위원이었잖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꿈인 것 같았다.
"당장 가자. 어이, 새내기. 그 사건현장으로 안내해."
세이키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일단은 조사하는게 급선무야. 그렇게 믿고 싶다.
-------------------------------------------T.L.R
첫번째.
나와 12인위원회 위원들은, 살해사건이 일어난 3층 자습실에 도착했다.
아직 학생들이 자습실에 오지 않는 시간이어서 현장보존은 그럭저럭 잘 되어있다.
"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그 때, 라미아가 손을 들었다.
"나도 같이 할래. 너 혼자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너가 위험해져."
"상관없어."
"알았어 그럼. 그럼 나머지 위원들은 조금만 물러서줘.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나와 라미아는 시체쪽으로 다가갔다.
시체 주변에는 피가 저수지를 이루고 있었다.
시체를 살펴보았다. 시체는 엎어진 채로 죽은 듯이 보였다.
등 쪽에는 별로 사망에 이를 것 같은 상처는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체를 돌려보았다.
역시. 상처는 가슴과 복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에 더 깊고 치명적인 상처가 많아보였다.
객관적으로 봐서도, 왼쪽이 상처가 훨씬 많았다.
"어? 이건 뭐야? 세이키! 다잉메세지 같아."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등을 돌려 바닥을 보았다.
다잉메세지였다.
8+5=8
진실
피로 쓰여진 간단한 식과 단어.
무슨 의미로 적었을까..?
"세이키! 알겠어.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
종화의 책상 앞에서 꼼지락거리던 라미아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날 불렀다.
"벌써? 뭘 의미하는데?"
나는 교복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가 잡고있는 수첩으로 다가갔다.
"이 다이어리의 페이지를 봐.
어제 11시에 모임이 있었어. 독서회 정기모임.
우리 12인위원회 모두 참여하는 거잖아?
그런데 여기 봐봐.
지난 2주전에 했던 기록에는 8명이 참석되었다고 나와있어. 12인위원회 중 8명을 포함하고 있지.
그런데 어제 모임에서는 5명만 참여했어. 12인위원회에서는 단 5명."
"그래. 나와 반, 라미아, 카즈오, 그리고 수연이가 참여했지."
나카렌이 나서서 말해준다.
"2주 전에는 나하고 나카렌이 이야기했던 애들, 그리고 종화랑 연화도 있었어."
세하가 변명하듯이 덧붙였다.
"그러니까 8+5가 8이 되는거야."
라미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서 두번 다 참여를 못했다고 쳐도, 다른 애들은 왜 참여를 안한거야?
특히 너, 맹꽁이하고 도성이. 그리고 루트."
"쳇. 가기 얼마나 귀찮은데. 그래서 빠졌어. 땡땡이지."
태평한 듯이. 당연하다는 듯 맹꽁이가 대답했다.
그래. 니 뱃속 편하겠다.
"처음에는 언제, 어디서인지 몰라서 참여를 못했고, 이번에는 뭐 좀 가지러 간다고 늦어버렸어.
학교로 돌아와보니 그만 2시인거 있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성이가 말했다.
"나도 도성이하고 같아. 단지 이번에는 내 실수로 까먹고 있었다는게 다르지만.
미안해. 완벽하게 잊고있었어."
몽롱한 표정으로 루트가 입을 열었다.
잊은 건 자랑이 아닌데..
"그럼 나머지 애들. 왜 왔다가 안온거야?"
"그게.. 병원에 가야해서..."
연화가 힘없이 대답한다. 저 녀석, 가냘퍼보이긴 해.
"힛. 나도 사실 다음주인줄 알았거든. 연락이 제때 안와서 말이야."
세하가 멋쩍은듯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잘못 전해줬길래 이렇게나 많이 모르고 있었던거야?!
"난 잠시 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에 갔었어. 이번에 보는 수학검정능력시험 때문에. 그래서 조금 늦는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하필이면 종화에게 전화를 했지 뭐야. 그래도 내가 애들 참가 인원을 대충 아니까 이야기 해줬지."
반이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뭐.. 다들 이유가 있었네.. 여러 명이 빠진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나카렌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쳇. 몇몇은 그게 빠질 이유였어?!"
고개를 푹 숙이며 바닥에 주저 앉으며 내가 되물었다.
그 순간, 나는 나카렌의 발 옆으로 붉은 자국을 발견했다.
자습실 입구가 2개. 그것도 다른 방향으로 나있다는걸 잊고 있었다.
범인은 우리가 들어왔던 문 말고 반대편 문으로 나갔을 것이다.
희미하게 절반정도만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보았다.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몇걸음 따라 걸었는데 내디뎠던 발자국이 조금 이상하단 걸 느꼈다.
발을 떼고 다시 보았다. 발자국 옆에 혈흔이 있었다.
흩뿌려진 상태로.
혈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은 피투성이로 떨어져있는 나이프에 가 있었다.
"라미아, 그리고 위원들. 흉기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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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범행장소인 3층 자습실에 도착한 12인위원회의 위원들에게 던진 세이키의 첫마디였다.
'혼자 하겠다고? 혼자 다치게 둘 수는 없어. 걱정돼.'
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같이 할래. 너 혼자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세이키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너가 위험해져."
"상관없어."
알았다는듯이.
"알았어 그럼. 그럼 나머지 위원들은 조금만 물러서줘.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수사권도 얻었으니 이제 수사를 시작해야한다.
나와 세이키는 싸늘하게 변한 종화의 곁으로 갔다.
아마 과다출혈로 죽었을거야. 라고 생각이 들 만큼 피가 넘쳐있었다.
세이키가 시체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시체를 계속 보다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시선을 돌려보았다.
사건현장의 옆에는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로 보이는 자리가 종화의 자리였다.
그리고는 특별한 건 없었다.
이쯤 보고 시선을 시체쪽으로 돌렸다. 마침 세이키가 시체를 뒤집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난 시체의 손 밑에서 무엇인가 붉은 것을 보았다.
세이키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가까이가서 자세히 보았다.
역시. 다잉메세지였다. 범인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메세지를 손으로 가렸구나.
"어? 이건 뭐야? 세이키! 다잉메세지 같아."
8+5=8
진실
??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세이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럴떄는 책상 위에서 단서를 찾아봐야겠다'
생각을 곧바로 실현에 옮겼다.
책상위에는 문제지1권, 연습장 1권, 필기노트2권, 어지러져있는 필기구, 종화의 휴대폰 그리고 다이어리.
다이어리? 이런것도 이렇게 드러내보여주던 녀석이었나?
다이어리를 펴보았다. 몇장 적지 않았다.
3장쯤 넘겼을때, 흥미를 끌만한 정보가 있었다.
어제 있었던 독서부정기모임의 출석표.
체크를 해보았다. 이 녀석, 12인위원회 애들만 적어놨잖아?
1차 참여자 8명. 2차 참여자 5명.....?
이름을 비교해보았다.
1차 때....
2차 때...
공통되는 인물은 5명. 추가적으로 온 사람은 3명....
잠깐. 혹시...8+5가... 이걸..?
"세이키! 알겠어.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
"뭐? 벌써?"
세이키는 정말 놀랬는 것 같았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내가 설명을 해주자, 세이키는 왜 불참했는지 위원들에게 이유를 물었고,
위원 모두 각자의 이유를 대답했다.
난 그 사이, 더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더 없는지 책상 앞에서 조사를 재개하였다.
반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종화의 폰을 확인했다.
'최근 내역'의 마지막이 반이었다.
시간대도 10시 40분.
근소했다.
그 때, 어디론가 가던 세이키가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라미아, 그리고 위원들. 흉기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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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조심스럽게 주워 올렸다.
한눈에 봐도 예리하게 생긴 나이프였다.
말라버린 피 사이로 날이 서있는 나이프를 바라보며, 그 떄 있었던 살인사건을 구성해본다.
종화가 처참히 나이프에 찔리는 장면이 연상되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리저리 나이프를 살펴보았다.
온통 파기 묻어있어서 원 색깔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이다.
잠깐. 손잡이 부분에 너덜너덜한 것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대보였다. 스티커였다.
『학생부 압수표시용 스티커.』
그럼 이 나이프는 범행 이전에는 교무실 압수물품 보관함에 있었다.
그걸.. 어떻게 빼올 수 있었을까..?
그걸 관리하는 사람은 선생님들과 12인 위원회 뿐인데..
선생님들이 설마 이런 짓을..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범인은 12인위원회 위원들 중 한사람이다.
"저기... 이러면 되지 않을까..?"
연화가 잠깐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범인은 살인을 했어. 피가 저렇게 묻어있는 것을 보면, 교복에도 잔뜩 튀었을거야...
그래서 교복에 남아있는 혈흔이 많을거야. 그래서 그걸 조사해보는게.."
"아니, 그건 힘들어. 어쩌면 하지 않는게 좋아."
나카렌이 연화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 날은 우리가 사복을 입고 오는 애들도 많았어. 만약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쳐도, 내일부터 하복으로 바뀌는거, 알고 있을거야. 춘추복을 입고 살인을 했다면, 찾을 길이 없어. 그리고 그 피묻은 교복, 버리면 그만이야. 그걸 빨아서 입는 사람은 없겠지."
역시 나카렌이다. 일리있는 말이야...
다시 정리를 해보자.
범인은 어젯밤 11시에 살인을 했다.
일단, 우리 학교 학생들은 11시까지 모든 스케줄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개인행동은 힘들다.
하지만, 그 날은 독서회 정기모임이 있었는데 그걸 빼먹고 살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무조건 12인위원회 위원 중 한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나이프는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들로 압축되는데..
"잠깐만.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
갑자기 라미아가 고개를 들더니 이렇게 외쳤다.
"시체를 보면 왼쪽에 상처가 많아. 그 뜻은 범인은 왼손잡이야."
아, 그 점을 잊고있었다. 시체에 나있던 상처.
"우리들 중에는 나, 그리고 세하가 왼손잡이야."
카즈오가 말했다.
"그렇다면 양손잡이도 조사해보자. 그 사람도 왼손을 쓰니까."
내가 덧붙였다.
"나와 연화 그리고 나카렌이 양손잡이인걸.."
라미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공통중에서 범인이 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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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키가 들고 있던 나이프. 예리하게 생겼다.
그 나이프가 종화의 몸을 가르고 찌르고 했다는 영상이 떠오르자, 또다시 속이 메스꺼워졌다.
"저기... 이러면 되지 않을까..?"
연화가 잠깐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범인은 살인을 했어. 피가 저렇게 묻어있는 것을 보면, 교복에도 잔뜩 튀었을거야...
그래서 교복에 남아있는 혈흔이 많을거야. 그래서 그걸 조사해보는게.."
"아니, 그건 힘들어. 어쩌면 하지 않는게 좋아."
나카렌이 연화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 날은 우리가 사복을 입고 오는 애들도 많았어. 만약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쳐도, 내일부터 하복으로 바뀌는거, 알고 있을거야. 춘추복을 입고 살인을 했다면, 찾을 길이 없어. 그리고 그 피묻은 교복, 버리면 그만이야. 그걸 빨아서 입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 그렇겠어. 나카렌이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왔는걸로... 추리를 시작해보자.
범인은 종화를 찔렀어. 상처는 왼쪽에 많이 나있었....지!
그렇다면 범인은 왼손잡이야!
"잠깐만.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 시체를 보면 왼쪽에 상처가 많아. 그 뜻은 범인은 왼손잡이야."
"우리들 중에는 나, 그리고 세하가 왼손잡이야."
카즈오가 말했다.
"그렇다면 양손잡이도 조사해보자. 그 사람도 왼손을 쓰니까."
세이키가 내 말을 덧붙였다.
"나, 연화 그리고 나카렌이 양손잡이인걸.."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쨌든 범인은 이들 가운데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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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화가 괴한에게 살해당한지 3일 후.
우리는 또다시 한명을 보내야 했다.
------------------------------T.L.R
5월 8일 A.M 8시
며칠전부터 - 정확히 말하면 종화에 대한 수사가 끝난 후부터 위원회실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친구를 하나 잃었다는 슬픔과, 교내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불안감.
그리고 자신이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 느끼는 공포.
수사를 맡은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라미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살인범을 잡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더이상의 희생은 없이...
이런 생각을 끝마치자마자 책상 위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 전화를 라미아가 받았다.
순간, 라미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직감했다.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세이키, 방송실에서 방송 좀 부탁할께. 지금 당장 위원들을 소집시켜줘.
두번째 살인사건이야."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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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이키는 위원회실에 남아있었다.
괜한 불안감과 공포가 위원회실을 짓누르고 있었다.
불편했다. 이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세이키에게 말을 걸어보려던 그 순간,
내 착생위에 있던 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전화를 받았다.
"네. 학생부 12인위원회 위원회실입니다."
"라미아 선배님? 아니, 라미아 선배님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이걸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두번째 살해가 일어났어요. 그런데 이번도 12인위원회 위원이 당했어요."
표정이 굳어졌다.
또 한명의 친구가 죽었다. 그 괴한의 손에 벌써 2명이나 희생되었다.
분노와 억울함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은 울 타이밍이 아닌것 같았다.
"세이키, 방송실에서 방송 좀 부탁할께. 지금 당장 위원들을 소집시켜줘.
두번째 살인사건이야."
세이키도 짐작했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알았어. 방송할께."
세이키가 방송을 하고, 두려움과 공포로 질린 위원들이 올 때 까지, 난 멍하니 서있었다.
------------------------------------T.L.R
두번째.
우리들은 범행이 일어났다고 알려주었던 3학년 C반 앞에 와있다.
학생부원들이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학생부원들은 막을 태세였지만, 교복 상의 깃에 달린 위원 뱃지를 보고는
그 즉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상태 보존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계속 좀 지켜줘."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렇게 위원들은 범행이 일어났던 교실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책상과 책상 사이로, 뻗어있는 손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생명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모습으로
카즈오가 쓰러져있었다. 아니, 죽어있었다.
"라미아, 가자. 조사 시작해야지. "
카즈오의 시체를 보고 멍해있던 라미아를 불렀다. 나름 상심이 클 것 같았다.
초기 때부터 여자부원으로 활약해오던 저 둘.
저 둘이 살고 죽은 채로 만나다니... 그런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을건데..
이제 감상은 접고, 이성적으로 분석해야 할 때이다.
일단 한 눈에 보기에도 시체 주위는 어수선했다.
책상이며 의자가 밀려있었고, 넘어진 것도 있었다.
여기서 몸부림이라도 쳤다고 볼 수 밖에 없었던 흔적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끈 것 한가지.
시체에서 약 1M떨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파편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다가갔다.
다가가면 갈수록 반짝이는 파편들의 양이 많아졌다.
그 파편 사이로 고무마개 하나가 보였다.
파편의 양이나 마개 크기로 봐서, 이건 과학실에서 쓰는 소형시험관임에 틀림없다.
그 파편 사이에서, 회색 빛의 바닥에 뿌려진 흰색의 가루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의 가루. 과학실에서 훔쳐온 시약중 하나일 것이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루를 조금 집어 보았다.
흰색인 것 빼곤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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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 가자. 조사 시작해야지."
카즈오에 대한 생각. 살인범에 대한 증오로 멍해있던 날 세이키가 깨워줬다.
종화도 그렇고, 카즈오도 그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범인을 잡는 것.
마음을 다잡고 현장으로 발걸음을 가까이했다.
카즈오의 시체로 다가갔다.
싸늘하게 주검이 된 카즈오.
쓰러져있는 자세와 교복 치마가 심하게 구겨저있다는 점. 그리고 시체 주변의 책상과 의자가 카오스적으로 변해있었다는 점.
난리가 일어난 것이다.
왜 죽었을까..?
언제 죽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떠올린 나는 좀 더 쉬워보이는 두번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등을 보인 시체의 교복 상의를 들어 올려보았다.
자주색의 반점이 드러났다.
시반이었다.
색이 부분적이지만 진한 것으로 보아서, 이미 카즈오가 살해당한지 10시간 이상이 된 것 같았다.
10시간 전, 그러니까 10시에서 11시. 그 사이에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학생부원.
그리고 12인위원회밖에 없어.
범인은 우리 가운데에 있다는 이야기...?
그럴 리 없다고 믿고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록 더욱 더 의혹은 증폭되었다.
잠시 그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교복 상의를 내리고, 시체의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하체부터.
하체에는 약간의 찰과상이 남아있었다. 의자나 책상에 박아서 일어났을 것이다.
서서히 눈을 돌려 상체, 그리고 얼굴로 왔다.
시체 전반적으로 찔리거나 베인 상처는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 정상처럼 보였다.
가슴에 매여져있어야 할 교복넥타이가 헝클어져있었다.
그리고 꽤나 고통스러워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교에서 미모라면 뒤지지 않을 그런 예쁜 얼굴이 고통에 물든 채...
손은 주먹을 꼭 쥔 채로.
목 주변과 얼굴주위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 때였다. 민감한 내 코가 어떠한 냄새를 맡아내었다.
그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모양새는 나지 않지만 코를 킁킁거렸다.
얼굴 정면으로 오면서 냄새는 강했다.
그 냄새. 입에서 나는 냄새였다.
어디서 많이 맡아본 듯한 냄새.
기억을 더듬어본다.... 이 냄새.. 어디서 맡은 적이 있어...
맞다. 조금 다르지만, 이 냄새는 아몬드 냄새다.
입에서 나는 아몬드냄새...?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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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세이키!" / "라미아!"
정적을 깨고 두명의 탐정들이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들은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더니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세이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체 주변에 유리파편과 고무 마개가 발견되었어.
이걸 난 소형 시험관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시험관에는 이런 하얀 물체가 들어있었을거야."
세이키가 말을 마치고 들어올린 왼손에는 손수건에 싸인 미량의 흰색 가루였다.
그 순간, 라미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래. 내가 묻고싶었던 게 그거였어. 고마워 세이키. 범인은 이 아일 죽였어.
하지만 그냥 죽인게 아니야. 이렇게 죽였지. 바로 그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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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설명을 듣자, 일순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그럴 수 있어?!"
"범인! 잡히면 보자. 용서하지 않겠어."
"너무 잔인해.."
"일단 이렇게 죽일 수 있기 위해선, 과학실과 깊은 관계가 있어야해.
그렇다면 범인은 과학부, 아니면 화학실험부가 되겠지."
"하지만 우리 중에는 과학부, 실험부는 없어."
라미아의 추리를 세이키가 반박했다.
"잠깐. 왜 '우리 중에는'이란 말이 들어가? 혹시...설마.."
"우리들중에.. 범인이 있다는 말이지..?"
겁에 질려하며 이야기하던 수연의 말을 도성이가 이어서 끝맺었다.
"유감이지만, 그럴꺼야."
세이키가 덤덤히 대답했다.
의원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이젠 우리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된거야.."
"범인이 우리 가운데?!?!"
"이럴수가.."
"의원이란 녀석이 그럴 수 있어?!"
웅성웅성.
이 웅성임을 라미아가 잠재웠다.
"그럼. 이제 범인을 추리해보자고. 더이상의 희생을 줄이게..
우리 중에는 특별활동으로 과학실에 간 적은 전무해. 그렇다면 개인이 과학실에 간 적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수하도록 해."
"나와 수연이, 그리고 나카렌이 한세트로 과학실에 갔었어."
세이키가 손을 들며 증언했다.
"그..그래. 나카렌이랑 나, 그리고 세이키하고는 올림피아드 대회 준비 때문에 과학실에 가야했어."
수연이가 아직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뒷받침했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카렌.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나. 나와 맹꽁이 저녀석, 그리고 연화랑 종화, 이렇게 나란히 과학실 정리에 당첨됐었어."
루트가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
"과학실 정리?!"
"그래. 그날 이렇게 나란히 각자 수업시간에 지적을 받았나봐. 그래서 벌로 정리를 하게 된 거지."
모두 끄덕. 순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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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여기 좀 와봐!! 뭔가 있어!!"
맹꽁이가 어느 새 살인현장 근처까지 갔더니, 책상 위에 무엇인가를 가리켰다.
모두들 달려가서 확인했다.
A클래스에서 쓰는 영어교재였다.
하지만, 펴져 있었다. 그리고 본문 군데군데 펜으로 색칠을 해두었다.
그리고 책장 맨 위에는 떠는 듯한 필체의 글자가 적혀있었다.
Ancient Egyptian
이집트인? 이집트어?
(글자가 지워진 본문은 이러했다.)
But there is a solution for these problems. According to experts, traditional board games are the answer. Besides developing players' math and reading skills, traditional board games teach them how to win or lose graciously. Children also learn how to play fairly, take turns, and concentrate without rapid main graphics.
-그렇지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통적인 보드게임이 바로 해결책이다. 전통적인 보드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의 수학실력과 읽기 실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품위있게 이기고 지는 법도 기르쳐준다. 아이들은 또한 정당하게 게임하는 법, 순서를 지키는 법, 그리고 빠르고 중요한 컴퓨터 그래픽 없이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
"가려저버린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해보자. 그러면 무슨 특징이 나타나겠지."
"그래. 저 Egyptian이란 힌트, 중요할 것 같아. 영어도 언어, 저 뜻도 언어라는게 있으니까. 이집트어."
"그 특징을 살려서 추리하는게 중요할 거야.."
-저 메세지가 주고자 했던 의미를 밝혀내는게 먼저다.
두 탐정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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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가운데엔 두명의 친구가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범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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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P.M 11시 30분
"꺄아아아아아악!!!!!!!!!!!!!!!!"
높고 날카로운 소리.
학생부관 3층복도가 떠나갈 듯이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라미아에게 조사를 부탁한 카즈오의 '이집트 암호'에 대한 비밀을 풀었을 무렵,
난 3층 복도에 거의 다 왔었고, 그 비명소리를 정면에서 들었다.
비명을 지르던 주체는 수연이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공포에 떨며 손가락으로 위원회실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그 즉시 튀어갔음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슨일이야!!"
"세..세...세이키... 저.. 저..저기... 맹...맹꽁이...맹꽁이가.... "
"진정해. 진정해라고. 맹꽁이가 왜?!"
"저기... 저.. 저기..."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따라갔다.
활짝 열린 위원회실.
켜져있는 스탠드불빛과 또 다른 불빛.
그것만이 안을 조금 밝히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맹꽁이가 안에 있었다.
엎드려있는 채로.
죽은 맹꽁이가 위원회실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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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상황파악이 모두 끝나자, 난 휴대폰을 꺼내 라미아의 잔화번호를 찾았다.
"여보세요-"
"나 세이키. 지금 어디있어?"
"아! 세이키! 나? 지금 너가 부탁한 조사 일찌감치 마치고 지금 자습실."
"얼른 위원회실로 와줘."
"혹시.. 또 당한거야...?"
"응. 세번째 범행이야. 그런데 이번엔 장소가 독특해. 위원회실이야."
"...........금방 갈께."
잠깐 침묵해있던 라미아가 짤막히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서 난 다른 위원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정확히 3분 뒤, 라미아가 왔다.
그로부터 다시 3분 뒤, 12인위원회가 복도에 집결했다.
"세번째 살인사건이야."
내가 무겁게 입을 뗐다.
"이번에는 맹꽁이가 당했어. 저 안에서.."
내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으로 모두 쳐다본 위원들.
정적만이 흘렀다.
"맹꽁이가... 설마.. 그 녀석, 잠시 일이 있다고 자습일에서 나갔단 말이야. 1시간 30분 전에."
세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벌써 세번째인가..."
한동안 조용히 있던 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끄덕.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그 당시엔 수연이가 발견했고, 내가 두번째 발견이었다.
시간차는 5초 이내. 조작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저렇게 놀랠 수 없으니까. 저건 연기가 아니야..
당시 위원회실에는 불이 켜져있지 않았어. 그저 스탠드 불빛과 어느 희미한 불빛 하나.
이 두 불빛이 보였을 뿐.
위원회실 내에서 빛을 낼 수 있는 기구가 있나 생각해보자.
일단 스탠드. 그리고... 전자레인지. 그리고..... 그리고.... 냉장고...!
냉장고를 보았다.
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냉장고 주위로 조심스레 가보았다.
바닥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냉장고 앞에 서서 냉장고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내 기대와는 달리, 냉장고 안은 평범했다.
매실주스 절반 들어있는 1.5L 병
과자 3종류,
햄 두 덩어리....
물수건 5개.
따지 않은 오렌지주스 1.5L 병
매실주스가 훨씬 줄어든게 의심스러웠다.
며칠 전만 해도 3분의 1 정도 비어있던 매실주스가 이렇게 많이 줄었다는 의미.
누가 마셨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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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세이키가 주었던 조사를 끝내고 잠시 자습실로 향하는 도중, 주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세이키였다.
"여보세요-"
"나 세이키. 지금 어디있어?"
"아! 세이키! 나? 지금 너가 부탁한 조사 일찌감치 마치고 지금 자습실."
"얼른 위원회실로 와줘."
"혹시.. 또 당한거야...?"
"응. 세번째 범행이야. 그런데 이번엔 장소가 독특해. 위원회실이야."
"...........금방 갈께."
이젠 더 대담해졌다. 위원회실에서 위원을 살해한 위원.
또 한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젠 알고 싶어진다. 왜 우리 위원들의 목숨을 노리는지.
왜 하필이면 우리 친구들인지...
묻고 싶어진다.
방향을 바꿔, 학생부관으로 향했다.
대략 3분 쯤 후, 난 위원회실에 와있었다.
거기에는 메세지를 보내고있던 세이키와 공포에 질려있는 수연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위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세이키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세번째 살인사건이야."
잠시 침묵
"이번에는 맹꽁이가 당했어. 저 안에서.."
내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으로 모두 쳐다본 위원들.
정적만이 흘렀다.
"맹꽁이가... 설마.. 그 녀석, 잠시 일이 있다고 자습일에서 나갔단 말이야. 최근에."
세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벌써 세번째인가..."
한동안 조용히 있던 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는 맹꽁이가 죽었다.
종화와 카즈오의 뒤를 이어서...
들어가자는 세이키의 제안에 모두들 살짝 끄덕이며 들어갔다.
나도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세이키는 냉장고 쪽으로 가고 있었다. 또 어떤 단서를 잡았겠지.
맹꽁이가 쓰러져있던 곳은 자기 업무 책상의 옆이었다.
더 세심히 조사하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췄다.
무릎으로 기면서 주변을 찾아보았다.
카펫 주변. 별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그 때, 내 눈엔 카펫 위에 떨어진 찢겨진 종이 한 부분을 찾았다.
주위를 더 둘러보았다
몇번 뒤적뒤적 거렸더니 내 손에는 찢겨진 종이가 제법 모였다.
"나카렌!! 잠시 와줘."
나카렌이 잠시 놀리는 듯 하더니 금세 다가왔다.
난 내 손에 종이무더기를 나카렌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원래 종이로 맞춰줘. 하나의 쪽지였던 대로."
"알았어."
순순히 나카렌이 응했다. 그 쪽지를 들고 나카렌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른 위원들과 같이 맞추기 시작했다.
'못맞추면 어떡하지'란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종이 색은 분홍색. 공식 보고서에 분홍색으로 제출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더이상의 증거가 없어보이자, 다시 일어섰다.
이젠 바닥이 아니라 탁자 위를 실펴볼 차례이다.
서서 탁자를 바라보자,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잔 2개가 날 기다렸다는 듯이 보였다.
어느 새인가 세이키도 내 옆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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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와 세이키는 나란히 맹꽁이의 책상 앞에 서있었다.
그들은 공통된 물체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컵 2잔.
"이게 살인도구였을까..?
"그것밖엔 방법이 없어. 시체엔 상처하나 나지 않았잖아."
"그렇겠네.. 이번에도 역시 독살인가..?
"아직은 모르겠어. 더 조사해보자."
세이키가 잔 하나를 들어보았다.
찰랑
음료수가 안에 조금 들어있었다.
매실주스였다. 하지만 색이 조금 연했다.
"색이 연해진 매실주스, 컵 표면의 물방울들."
혼자서 중얼거리는 세이키.
그 때였다.
"안돼!! 연화야!!"
라미아가 외쳤다.
모두들 소리나는데로 고개를 돌렸다.
라미아의 외침에 깜짝놀란 연화는 손에 매실주스병을 쥐고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범인이 이걸로 살해했을지 누가 알어!!"
세이키가 화를 내며 연화에게서 매실주스병을 빼앗았다.
"미..미안해.. 이건 상관없어서 마셨어..."
연화가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이것도 상관없는지 누가 알어. 방심하지마. 우리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
"알..았어.. 미안해..."
연화가 축 늘어졌다.
"잠깐."
세이키가 중얼거렸다.
'매실주스를 먹었는데 멀쩡했다고? 그럼 매실주스에는 없는 거네..
연해진 매실주스의 색, 컵 표면의 물방울...? '
"아!" / "아!"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알겠어. 범인은 이걸로 죽인거야. "
세이키가 냉장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황급히 문을 열더니 얼음 트레이를 꺼냈다.
얼음 트레이는 군데군데 비어있었다.
"역시. 이게 힌트였어."
"뭐냐구! 혼자 중얼거리지 말고 빨리 이야기해봐!!"
루트가 기다리다 화가 났는지 신경질을 부렸다.
"알았어. 이번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바로 이거야."
라미아가 세이키 대신 얼음 트레이와 컵을 보여주었다.
"이...거?"
모두들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설명해주기 전에, 이 부서실 당번이 누구지?"
"나와 카즈오, 수연과 세하. 그리고 반이야."
연화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설명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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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번째 사건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이제...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쪽지를 모두 맞춰보았어."
나카렌과 반이 다가와 라미아에게 말했다.
"이거, 다른 종이에 옮겼어."
-오늘 밤, 학생회관 위원회실에서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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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A.M. 11시
"응. 그래 그랬어.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내 기억력도 정확했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한 쌍의 여학생들이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녀석, 종화를 좋아했어. 그런데 종화는 카즈오가 전학온 뒤, 그 여자 뒤만 따라다니기 시작했지. 그 녀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상처받은 그녀에게 다정히 대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맹꽁이였나봐. 그래서 그녀석은 맹꽁이를 좋아하게 되었지. 그렇지만, 맹꽁이도 카즈오의 추종자 중 한명이었어. 나 같았어도 열 받았겠어. "
"좋아하는 사람 둘 다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라.."
"이거 무슨 불륜드라마도 아니고.. 웃기지 않냐? 맨날 발목양말만 신고다니는 그 녀석. 웃기는 녀석이지."
"좀 아이러니하긴 해."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어? 카즈오가 나카렌을 좋아한다는 점이야."
"뭐?! 그런데?"
"이번엔 그 녀석 취향이 나카렌인거야!!!"
"어머머머.... 어쩜 그럴수가..."
"어엇- 수업 늦겠다. 이정도면 충분해?"
"응! 충분하지. 고마워!!"
여학생 둘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헤어진다.
그리고 잠시 뒤. 코너 뒤에서 줄곧 서있던 어떤 사내가 움직였다.
그리고는 걷기 시작했다.
햇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나카렌이었다.
"역시... 그 암호의 의미는 이런것이였나..? 카즈오. 이걸 남겨주고 싶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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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아무래도 안되겠어."
세이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분명 표적은 12인위원회 위원이야. 이대로 따로따로 행동하다간 다 죽게 생겼다고."
그 때 당시, 12인 위원회는 범행장소인 위원회실에서 헤어져,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있던 상태였다.
"라미아, 얼른 너도 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2시간 뒤, 위원회실로 집합하라고.
아무래도 비상회의를 열어야겠어."
그렇게 말한 세이키는 폰을 꺼내 문자를 치기 시작했다.
-2시간 뒤, 위원회실에서 비상회의가 있습니다. 반드시 빠짐없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자 확인을 한 즉시, 답장 바랍니다.
나도 똑같이 문자를 쳤다.
문자를 보낸지 2분 뒤.
"웅-"
문자가 왔다.
『알았어.』
반의 문자였다.
"웅-"
『아마도 그 사건에 관해서겠지? 오케이.』
나카렌의 문자였다.
"웅-"
『비상회의? 역시.. 나도 참여 가능.』
도성이의 문자.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확실시된 사람은 5명.
"세하, 수연이는 연락 왔어."
세이키가 이야기해줬다.
"이제 남은 건 연화랑 루트네...."
"뭐.. 원래 그 녀석들은 반응이 느리니까.."
세이키가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쭉 펴고는 그대로 책상에 뻗었다.
나도 소파에 털썩 앉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인이 일어났던 상황들.
그리고 그 증거들을 연관지어보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살인범.
"야! 라미아!"
누군가가 흔들어깨웠다.
반이었다.
황급히 일어나 시계를 봤다.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신을 차리고 위원회실 안을 둘러보았다.
위원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적어보였다.
살해당한 3사람을 제외하고도 인원이 훨씬 적었다.
"안 온 사람이 있는 것 같네."
"어. 세이키하고, 연화하고 루트가 안보여. 아! 나카렌도 없어."
세하가 말했다.
"혹시... 혹시나...."
모두의 표정이 변하였다.
"지금 당장 학교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 각자 폰 번호 알지?! 애들을 찾으면 전화줘."
"알았어!"
"얼른 움직여! 또 다른 살해가 일어났을지도 몰라!"
불안했다. 세이키도 없는 마당에 또 다른 살해라니.
혹시 세이키가 당했다면..?
"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며칠 전, 세이키가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불안했다. 의지할 사람도 없다.
미치듯이 교내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 구관으로 들어왔다.
"세이키!!! 세이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
제발 무사히 살아있기를..
웅-웅-
어두운 복도에 진동소리가 울려퍼졌다.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라미아! 어서 여기로 와봐!! 나카렌이 죽었어!!」
두려움에 떨면서 폰 저편에서 세하가 말했다.
또다시 우려하던 일.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
또 다시 누군가가 살해를 당했다.
"그 장소가 어디야..?"
「여기가.... 어디지?」
「여기? 거기잖아! 복관 옥상계단!」
또다른 목소리. 희미하긴 하지만, 도성이의 목소리다.
「맞다! 복관 옥상계단이야. 어서와줘!!」
뚝-
복도가 조용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옥상계단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도중,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연...연화야!"
"어라? 라미아 니가 여긴 왜..?
"내가 묻고싶은 걸."
내 앞에는 체육복주머니를 들고 있는 연화가 서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그러는 넌 여긴 무슨 일인데??"
"글..쎄... 난 체육복을 찾으러 가고 있었어. 꼭 들고 가야해서.."
"그게 친구가 죽었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어?!"
"죽긴.. 누가 죽어..? 누가 당한..거야?
"나카렌."
"말...말도 안돼......"
연화가 힘없이 주머니를 툭 떨어트렸다.
푹. 옷감무더기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났다.
안에 들었는건 체육복이 맞나보다.
"어서 올라가자. 옥상에서 발견됐나봐."
"알..알았어.."
나랑 연화는 계단을 필사적으로 올라갔다.
옥상계단.
어둠 속에서 붉은 자국이 들어왔다.
그 붉은 자국이 있는 곳에 나카렌이 쓰러져있었다.
"미리 내가 살펴봤는데, 나카렌을 머리 뒷부분을 엄청 세게 맞고 죽었나봐. "
세하가 올라온 우리를 보자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카렌은 머리 뒷쪽이 찢어졌어. 그 출혈이 이 일부일거야."
도성이가 덧붙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체를 더 살펴보기로 했다.
정말 머리 뒷쪽이 엉망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앞으로 뻗어있는 손.
손을 보았다. 이번에도 다잉메세지가 있을까...
손을 잡고 들어보았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손톱에는 무엇인가 묻어있었다...
피묻은 살점으로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카렌이 죽다니!!"
허겁지겁 올라오며 세이키가 말했다.
그의 양 손에는 버거킹 봉지가 들려있었다.
"위원회실에서 먹을 간식을 선생님과 사러 나갔었는데..그 사이에 범행이 일어날 줄이야..."
그 뒤를 이어서 위원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이젠 여기야?/ "나카렌도 당했어."
"너무 무서워" / "이젠 어떻해 ㅠ"
"위원들!! 내가 무슨 발견을 했는지 알어?"
마지막으로 올라온 반의 손에는 피묻은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이거, 2층 계단에 떨어져있었어. 그런데 급하게 올라오면 안보일 그런 위치에 있더라."
"그래..?"
흉기도 발견되었다.
또 다른 증거가 없을까...
전부 힘을 모아 먼지 하나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증거는 없었다...
이번 살인에는...
증거가 너무 열약하다.
손톱의 살점과 몽둥이. 그것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4번째 위원을 떠나보내고, 위원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위원회실에서 자고 있는 루트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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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 다음 날.
위원회실에는 살아남은 8명이 모였다.
"에휴... 이젠 무서워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겠어.'
"무슨 소리야.. 범인은 우리 가운데 있다잖아..."
"너무 뻔뻔해... 친구를 죽이고도 이 안에 있다니..."
"무...무서워...."
난 앉아서 애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애들 모두 1주 동안 시달렸는지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다.
특히 라미아. 많이 수척해졌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다.
도성이도 그렇고, 수연이도, 루트는... 늘 몽롱해보이고,
세하와 반도 지친 표정이었다. 연화도....
복장도 하나같이 교복이었지만, 깔끔하지 못했다.
연화만을 빼고. 연화는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똑바로 매어져있는 리본과 구김 하나 없는 블라우스.
그리고 발목양말만 신고다니는.....?
아니다. 오늘 뭔가 틀려보인다.
검은 색 오버니삭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변화를 싫어하는 녀석이 의외로 변화를 추구했다.....?
"나카렌의 손가락에서 피묻은 살점 같은게 나왔어. 누군가의 피부를 잡거나 긁어서 묻은 것일거야."
라미아가 어젯밤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얏!!"
연화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화를 바라보았다.
발목을 잡고 쓰러져있었다.
"미....미안해. 모르고 내가 앞으로 지나가다 발목 뒤를 발로 밟았어."
도성이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쳐서 너무 아팠단 말이야!!:
연화가 신경질을 냈다.
오버니삭스에, 발목에 난 상처..?
한순간, 지금까지 쌓여왔던 진실들이 하나로 통했다.
라미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날 보고 있었다.
진실은 밝혀졌다.
드디어 범인을 알았다.
"모두 잠깐!!!!"
라미아와 내가 고함을 치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드디어 ..."
"범인을 알아냈어.."
"가만히 있다 그게 무슨소리야?! 범인을 진짜 알아냈다구?1"
"그래. 범인은 우리 가운데 있어."
"범인은.,"
"바로 너야!" / "바로 너야!"
두 사람이 가리킨 손가락은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다.
지목당한 사람의 표정은 굳어졌다.
"범인은 너였어."
Ⅱ Investigation†/PROJECT계획부서♬ l 2008/05/18 16:35
꿈을 꾸었다.
두 사람이 보였다.
두 사람의 사이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그러다 한 사람이 등을 돌리자, 나머지 한 사람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사립현령고등학교' 란 교명이 아침 햇빛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이 학교엔 다른 학교와는 다른, 좀 독특한 점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생회 시스템.
학생회보다 더 높은 위치의 단체. 바로 12인위원회가 그것이다.
선생님과 동등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이 단체는
학교에 대한 의견 표출이 자유롭고, 반영 될 가능성도 높다는게 이득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 단체가 선생님 한분을 이루고있다고 봐도 무관하다.
지금 이야기 하고 있는 나(이름은 세이키다.)?
12인위원회의 위원이다.
이 궁극의 포스를 자랑하는 12인위원회의 간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나카렌
맹꽁이
종화
도성
반
카즈오(女)
연화(女)
세하(女)
라미아 (女)
수연(女)
루트(女)
그리고 나.
인원이 적으니까 소개가 간편하군.
이런 우리 12인위원회에 도전장을 던진 녀석이 있다.
그것도 아주 잔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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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라미아.
우리 학교에서 이름 높은 12인위원회의 위원이다.
12인위원회? 간단히 말하자면,
선생님과 같은 권한을 가진 단체랄까..?
뭐, 이정도면 깔끔하게 정의했겠지.
나름 들떠있던 나의 기분을 가지고 위원회실로 들어갔을 때,
한 학생회간부가 들려준 이야기에 내 기분은 헝클어져버렸다.
아마 놀람과 두려움. 공포가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the last reminiscence
5월 4일 A.M 8시
"선배님들!! 급한 보고입니다!!!"
학생부 하급 간부로 보이는 새내기가 용감하게 위원회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너 이녀석 이렇게 들어와도.."
"죄송합니다. 선배님. 하지만, 너무 긴급한 사항이어서요."
맹꽁이의 지적을 단칼에 잘라먹고 새내기가 말을 이었다.
"그게.. 아직 1명의 위원이 오질 않아서.. 심의와 표결이 불가능할건데.."
"아마 계속 불가능할겁니다.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 피해자가 12인위원회의 위원이에요."
텅빈 종화의 자리를 보자, 믿기지 않았다.
믿을 수 없었다.
"당장 가자. 어이, 새내기. 그 사건현장으로 안내해."
"예,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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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계속 불가능할겁니다.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어요.
그런데 그 피해자가 12인위원회의 위원이에요."
'뭐?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믿기지 않아.
죽은 사람이 종화라고? 어떻게? 아니, 왜?
학교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데,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작업하던 위원이었잖아.'
놀란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
꿈인 것 같았다.
"당장 가자. 어이, 새내기. 그 사건현장으로 안내해."
세이키의 목소리에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래. 일단은 조사하는게 급선무야. 그렇게 믿고 싶다.
-------------------------------------------T.L.R
첫번째.
나와 12인위원회 위원들은, 살해사건이 일어난 3층 자습실에 도착했다.
아직 학생들이 자습실에 오지 않는 시간이어서 현장보존은 그럭저럭 잘 되어있다.
"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그 때, 라미아가 손을 들었다.
"나도 같이 할래. 너 혼자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너가 위험해져."
"상관없어."
"알았어 그럼. 그럼 나머지 위원들은 조금만 물러서줘.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나와 라미아는 시체쪽으로 다가갔다.
시체 주변에는 피가 저수지를 이루고 있었다.
시체를 살펴보았다. 시체는 엎어진 채로 죽은 듯이 보였다.
등 쪽에는 별로 사망에 이를 것 같은 상처는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체를 돌려보았다.
역시. 상처는 가슴과 복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있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오른쪽보다는 왼쪽에 더 깊고 치명적인 상처가 많아보였다.
객관적으로 봐서도, 왼쪽이 상처가 훨씬 많았다.
"어? 이건 뭐야? 세이키! 다잉메세지 같아."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등을 돌려 바닥을 보았다.
다잉메세지였다.
8+5=8
진실
피로 쓰여진 간단한 식과 단어.
무슨 의미로 적었을까..?
"세이키! 알겠어.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
종화의 책상 앞에서 꼼지락거리던 라미아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날 불렀다.
"벌써? 뭘 의미하는데?"
나는 교복바지를 털고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와 그녀가 잡고있는 수첩으로 다가갔다.
"이 다이어리의 페이지를 봐.
어제 11시에 모임이 있었어. 독서회 정기모임.
우리 12인위원회 모두 참여하는 거잖아?
그런데 여기 봐봐.
지난 2주전에 했던 기록에는 8명이 참석되었다고 나와있어. 12인위원회 중 8명을 포함하고 있지.
그런데 어제 모임에서는 5명만 참여했어. 12인위원회에서는 단 5명."
"그래. 나와 반, 라미아, 카즈오, 그리고 수연이가 참여했지."
나카렌이 나서서 말해준다.
"2주 전에는 나하고 나카렌이 이야기했던 애들, 그리고 종화랑 연화도 있었어."
세하가 변명하듯이 덧붙였다.
"그러니까 8+5가 8이 되는거야."
라미아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일이 있어서 두번 다 참여를 못했다고 쳐도, 다른 애들은 왜 참여를 안한거야?
특히 너, 맹꽁이하고 도성이. 그리고 루트."
"쳇. 가기 얼마나 귀찮은데. 그래서 빠졌어. 땡땡이지."
태평한 듯이. 당연하다는 듯 맹꽁이가 대답했다.
그래. 니 뱃속 편하겠다.
"처음에는 언제, 어디서인지 몰라서 참여를 못했고, 이번에는 뭐 좀 가지러 간다고 늦어버렸어.
학교로 돌아와보니 그만 2시인거 있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도성이가 말했다.
"나도 도성이하고 같아. 단지 이번에는 내 실수로 까먹고 있었다는게 다르지만.
미안해. 완벽하게 잊고있었어."
몽롱한 표정으로 루트가 입을 열었다.
잊은 건 자랑이 아닌데..
"그럼 나머지 애들. 왜 왔다가 안온거야?"
"그게.. 병원에 가야해서..."
연화가 힘없이 대답한다. 저 녀석, 가냘퍼보이긴 해.
"힛. 나도 사실 다음주인줄 알았거든. 연락이 제때 안와서 말이야."
세하가 멋쩍은듯이 웃으며 말했다.
누가 잘못 전해줬길래 이렇게나 많이 모르고 있었던거야?!
"난 잠시 선생님의 호출로 교무실에 갔었어. 이번에 보는 수학검정능력시험 때문에. 그래서 조금 늦는다고 이야기를 했어. 그런데 하필이면 종화에게 전화를 했지 뭐야. 그래도 내가 애들 참가 인원을 대충 아니까 이야기 해줬지."
반이 무덤덤하게 대답한다.
"뭐.. 다들 이유가 있었네.. 여러 명이 빠진게 조금 아깝긴 하지만."
나카렌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쳇. 몇몇은 그게 빠질 이유였어?!"
고개를 푹 숙이며 바닥에 주저 앉으며 내가 되물었다.
그 순간, 나는 나카렌의 발 옆으로 붉은 자국을 발견했다.
자습실 입구가 2개. 그것도 다른 방향으로 나있다는걸 잊고 있었다.
범인은 우리가 들어왔던 문 말고 반대편 문으로 나갔을 것이다.
희미하게 절반정도만 찍힌 발자국을 따라가보았다.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발자.....국?
몇걸음 따라 걸었는데 내디뎠던 발자국이 조금 이상하단 걸 느꼈다.
발을 떼고 다시 보았다. 발자국 옆에 혈흔이 있었다.
흩뿌려진 상태로.
혈흔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시선은 피투성이로 떨어져있는 나이프에 가 있었다.
"라미아, 그리고 위원들. 흉기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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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범행장소인 3층 자습실에 도착한 12인위원회의 위원들에게 던진 세이키의 첫마디였다.
'혼자 하겠다고? 혼자 다치게 둘 수는 없어. 걱정돼.'
이런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같이 할래. 너 혼자 위험에 빠트릴 수는 없어."
세이키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
"너가 위험해져."
"상관없어."
알았다는듯이.
"알았어 그럼. 그럼 나머지 위원들은 조금만 물러서줘. 수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수사권도 얻었으니 이제 수사를 시작해야한다.
나와 세이키는 싸늘하게 변한 종화의 곁으로 갔다.
아마 과다출혈로 죽었을거야. 라고 생각이 들 만큼 피가 넘쳐있었다.
세이키가 시체를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시체를 계속 보다보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시선을 돌려보았다.
사건현장의 옆에는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바로 보이는 자리가 종화의 자리였다.
그리고는 특별한 건 없었다.
이쯤 보고 시선을 시체쪽으로 돌렸다. 마침 세이키가 시체를 뒤집으려고 하던 참이었다.
난 시체의 손 밑에서 무엇인가 붉은 것을 보았다.
세이키는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가까이가서 자세히 보았다.
역시. 다잉메세지였다. 범인에게 보여주지 않으려고 메세지를 손으로 가렸구나.
"어? 이건 뭐야? 세이키! 다잉메세지 같아."
8+5=8
진실
?? 도통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세이키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럴떄는 책상 위에서 단서를 찾아봐야겠다'
생각을 곧바로 실현에 옮겼다.
책상위에는 문제지1권, 연습장 1권, 필기노트2권, 어지러져있는 필기구, 종화의 휴대폰 그리고 다이어리.
다이어리? 이런것도 이렇게 드러내보여주던 녀석이었나?
다이어리를 펴보았다. 몇장 적지 않았다.
3장쯤 넘겼을때, 흥미를 끌만한 정보가 있었다.
어제 있었던 독서부정기모임의 출석표.
체크를 해보았다. 이 녀석, 12인위원회 애들만 적어놨잖아?
1차 참여자 8명. 2차 참여자 5명.....?
이름을 비교해보았다.
1차 때....
2차 때...
공통되는 인물은 5명. 추가적으로 온 사람은 3명....
잠깐. 혹시...8+5가... 이걸..?
"세이키! 알겠어. 저게 무엇을 뜻하는지."
"뭐? 벌써?"
세이키는 정말 놀랬는 것 같았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다.
내가 설명을 해주자, 세이키는 왜 불참했는지 위원들에게 이유를 물었고,
위원 모두 각자의 이유를 대답했다.
난 그 사이, 더 도움이 될만한 자료가 더 없는지 책상 앞에서 조사를 재개하였다.
반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종화의 폰을 확인했다.
'최근 내역'의 마지막이 반이었다.
시간대도 10시 40분.
근소했다.
그 때, 어디론가 가던 세이키가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라미아, 그리고 위원들. 흉기를 찾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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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프를 조심스럽게 주워 올렸다.
한눈에 봐도 예리하게 생긴 나이프였다.
말라버린 피 사이로 날이 서있는 나이프를 바라보며, 그 떄 있었던 살인사건을 구성해본다.
종화가 처참히 나이프에 찔리는 장면이 연상되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리저리 나이프를 살펴보았다.
온통 파기 묻어있어서 원 색깔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이다.
잠깐. 손잡이 부분에 너덜너덜한 것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대보였다. 스티커였다.
『학생부 압수표시용 스티커.』
그럼 이 나이프는 범행 이전에는 교무실 압수물품 보관함에 있었다.
그걸.. 어떻게 빼올 수 있었을까..?
그걸 관리하는 사람은 선생님들과 12인 위원회 뿐인데..
선생님들이 설마 이런 짓을..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이다.
범인은 12인위원회 위원들 중 한사람이다.
"저기... 이러면 되지 않을까..?"
연화가 잠깐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범인은 살인을 했어. 피가 저렇게 묻어있는 것을 보면, 교복에도 잔뜩 튀었을거야...
그래서 교복에 남아있는 혈흔이 많을거야. 그래서 그걸 조사해보는게.."
"아니, 그건 힘들어. 어쩌면 하지 않는게 좋아."
나카렌이 연화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 날은 우리가 사복을 입고 오는 애들도 많았어. 만약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쳐도, 내일부터 하복으로 바뀌는거, 알고 있을거야. 춘추복을 입고 살인을 했다면, 찾을 길이 없어. 그리고 그 피묻은 교복, 버리면 그만이야. 그걸 빨아서 입는 사람은 없겠지."
역시 나카렌이다. 일리있는 말이야...
다시 정리를 해보자.
범인은 어젯밤 11시에 살인을 했다.
일단, 우리 학교 학생들은 11시까지 모든 스케줄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개인행동은 힘들다.
하지만, 그 날은 독서회 정기모임이 있었는데 그걸 빼먹고 살인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범인은 무조건 12인위원회 위원 중 한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 나이프는 나올 수 없다.
그렇다면... 범인은 이들로 압축되는데..
"잠깐만.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
갑자기 라미아가 고개를 들더니 이렇게 외쳤다.
"시체를 보면 왼쪽에 상처가 많아. 그 뜻은 범인은 왼손잡이야."
아, 그 점을 잊고있었다. 시체에 나있던 상처.
"우리들 중에는 나, 그리고 세하가 왼손잡이야."
카즈오가 말했다.
"그렇다면 양손잡이도 조사해보자. 그 사람도 왼손을 쓰니까."
내가 덧붙였다.
"나와 연화 그리고 나카렌이 양손잡이인걸.."
라미아가 말했다.
그렇다면 이들 공통중에서 범인이 있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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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키가 들고 있던 나이프. 예리하게 생겼다.
그 나이프가 종화의 몸을 가르고 찌르고 했다는 영상이 떠오르자, 또다시 속이 메스꺼워졌다.
"저기... 이러면 되지 않을까..?"
연화가 잠깐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열었다.
"범인은 살인을 했어. 피가 저렇게 묻어있는 것을 보면, 교복에도 잔뜩 튀었을거야...
그래서 교복에 남아있는 혈흔이 많을거야. 그래서 그걸 조사해보는게.."
"아니, 그건 힘들어. 어쩌면 하지 않는게 좋아."
나카렌이 연화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살인이 일어났을 때, 그 날은 우리가 사복을 입고 오는 애들도 많았어. 만약 교복을 입고 있었다고 쳐도, 내일부터 하복으로 바뀌는거, 알고 있을거야. 춘추복을 입고 살인을 했다면, 찾을 길이 없어. 그리고 그 피묻은 교복, 버리면 그만이야. 그걸 빨아서 입는 사람은 없겠지."
그래. 그렇겠어. 나카렌이 아주 중요한 점을 지적했어.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왔는걸로... 추리를 시작해보자.
범인은 종화를 찔렀어. 상처는 왼쪽에 많이 나있었....지!
그렇다면 범인은 왼손잡이야!
"잠깐만. 한가지 물어볼게 있어. 시체를 보면 왼쪽에 상처가 많아. 그 뜻은 범인은 왼손잡이야."
"우리들 중에는 나, 그리고 세하가 왼손잡이야."
카즈오가 말했다.
"그렇다면 양손잡이도 조사해보자. 그 사람도 왼손을 쓰니까."
세이키가 내 말을 덧붙였다.
"나, 연화 그리고 나카렌이 양손잡이인걸.."
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어쨌든 범인은 이들 가운데 한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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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화가 괴한에게 살해당한지 3일 후.
우리는 또다시 한명을 보내야 했다.
------------------------------T.L.R
5월 8일 A.M 8시
며칠전부터 - 정확히 말하면 종화에 대한 수사가 끝난 후부터 위원회실 분위기는 착 가라앉았다.
친구를 하나 잃었다는 슬픔과, 교내에서 살인이 일어났다는 불안감.
그리고 자신이 목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된 이후로 느끼는 공포.
수사를 맡은 나 역시 다르지 않다. 라미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살인범을 잡아서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것.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더이상의 희생은 없이...
이런 생각을 끝마치자마자 책상 위에 전화벨이 울렸다.
그 전화를 라미아가 받았다.
순간, 라미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했다.
직감했다. 나의 생각이 틀렸음을..
"세이키, 방송실에서 방송 좀 부탁할께. 지금 당장 위원들을 소집시켜줘.
두번째 살인사건이야."
또 다른 희생이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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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세이키는 위원회실에 남아있었다.
괜한 불안감과 공포가 위원회실을 짓누르고 있었다.
불편했다. 이런 분위기.
그런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세이키에게 말을 걸어보려던 그 순간,
내 착생위에 있던 전화가 요란스럽게 울렸다.
전화를 받았다.
"네. 학생부 12인위원회 위원회실입니다."
"라미아 선배님? 아니, 라미아 선배님이든 아니든 상관없습니다. 이걸 꼭 전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두번째 살해가 일어났어요. 그런데 이번도 12인위원회 위원이 당했어요."
표정이 굳어졌다.
또 한명의 친구가 죽었다. 그 괴한의 손에 벌써 2명이나 희생되었다.
분노와 억울함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울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은 울 타이밍이 아닌것 같았다.
"세이키, 방송실에서 방송 좀 부탁할께. 지금 당장 위원들을 소집시켜줘.
두번째 살인사건이야."
세이키도 짐작했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알았어. 방송할께."
세이키가 방송을 하고, 두려움과 공포로 질린 위원들이 올 때 까지, 난 멍하니 서있었다.
------------------------------------T.L.R
두번째.
우리들은 범행이 일어났다고 알려주었던 3학년 C반 앞에 와있다.
학생부원들이 입구를 통제하고 있었다.
우리들이 다가가자, 학생부원들은 막을 태세였지만, 교복 상의 깃에 달린 위원 뱃지를 보고는
그 즉시 자리를 비켜주었다.
"상태 보존해줘서 고맙다. 그리고 계속 좀 지켜줘."
"예!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렇게 위원들은 범행이 일어났던 교실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책상과 책상 사이로, 뻗어있는 손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영혼이 빠져나간, 생명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그런 모습으로
카즈오가 쓰러져있었다. 아니, 죽어있었다.
"라미아, 가자. 조사 시작해야지. "
카즈오의 시체를 보고 멍해있던 라미아를 불렀다. 나름 상심이 클 것 같았다.
초기 때부터 여자부원으로 활약해오던 저 둘.
저 둘이 살고 죽은 채로 만나다니... 그런 상상은 해보지도 않았을건데..
이제 감상은 접고, 이성적으로 분석해야 할 때이다.
일단 한 눈에 보기에도 시체 주위는 어수선했다.
책상이며 의자가 밀려있었고, 넘어진 것도 있었다.
여기서 몸부림이라도 쳤다고 볼 수 밖에 없었던 흔적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끈 것 한가지.
시체에서 약 1M떨어진 곳에서 반짝이는 파편들.
좀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다가갔다.
다가가면 갈수록 반짝이는 파편들의 양이 많아졌다.
그 파편 사이로 고무마개 하나가 보였다.
파편의 양이나 마개 크기로 봐서, 이건 과학실에서 쓰는 소형시험관임에 틀림없다.
그 파편 사이에서, 회색 빛의 바닥에 뿌려진 흰색의 가루가 눈에 들어왔다.
흰색의 가루. 과학실에서 훔쳐온 시약중 하나일 것이다.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가루를 조금 집어 보았다.
흰색인 것 빼곤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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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 가자. 조사 시작해야지."
카즈오에 대한 생각. 살인범에 대한 증오로 멍해있던 날 세이키가 깨워줬다.
종화도 그렇고, 카즈오도 그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범인을 잡는 것.
마음을 다잡고 현장으로 발걸음을 가까이했다.
카즈오의 시체로 다가갔다.
싸늘하게 주검이 된 카즈오.
쓰러져있는 자세와 교복 치마가 심하게 구겨저있다는 점. 그리고 시체 주변의 책상과 의자가 카오스적으로 변해있었다는 점.
난리가 일어난 것이다.
왜 죽었을까..?
언제 죽었을까..?
이 두가지 질문을 떠올린 나는 좀 더 쉬워보이는 두번째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등을 보인 시체의 교복 상의를 들어 올려보았다.
자주색의 반점이 드러났다.
시반이었다.
색이 부분적이지만 진한 것으로 보아서, 이미 카즈오가 살해당한지 10시간 이상이 된 것 같았다.
10시간 전, 그러니까 10시에서 11시. 그 사이에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들은 학생부원.
그리고 12인위원회밖에 없어.
범인은 우리 가운데에 있다는 이야기...?
그럴 리 없다고 믿고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록 더욱 더 의혹은 증폭되었다.
잠시 그 생각은 접어두기로 하고,
교복 상의를 내리고, 시체의 구석구석을 면밀히 살펴보기로 했다.
일단 하체부터.
하체에는 약간의 찰과상이 남아있었다. 의자나 책상에 박아서 일어났을 것이다.
서서히 눈을 돌려 상체, 그리고 얼굴로 왔다.
시체 전반적으로 찔리거나 베인 상처는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 정상처럼 보였다.
가슴에 매여져있어야 할 교복넥타이가 헝클어져있었다.
그리고 꽤나 고통스러워한 표정으로 허공을 쳐다보고 있었다.
전교에서 미모라면 뒤지지 않을 그런 예쁜 얼굴이 고통에 물든 채...
손은 주먹을 꼭 쥔 채로.
목 주변과 얼굴주위에 상처가 있는지 확인하려고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그 때였다. 민감한 내 코가 어떠한 냄새를 맡아내었다.
그 냄새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모양새는 나지 않지만 코를 킁킁거렸다.
얼굴 정면으로 오면서 냄새는 강했다.
그 냄새. 입에서 나는 냄새였다.
어디서 많이 맡아본 듯한 냄새.
기억을 더듬어본다.... 이 냄새.. 어디서 맡은 적이 있어...
맞다. 조금 다르지만, 이 냄새는 아몬드 냄새다.
입에서 나는 아몬드냄새...?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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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세이키!" / "라미아!"
정적을 깨고 두명의 탐정들이 동시에 서로의 이름을 불렀다.
그들은 잠시 당황한 듯 보이더니 금세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세이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시체 주변에 유리파편과 고무 마개가 발견되었어.
이걸 난 소형 시험관이라고 생각해. 그리고 그 시험관에는 이런 하얀 물체가 들어있었을거야."
세이키가 말을 마치고 들어올린 왼손에는 손수건에 싸인 미량의 흰색 가루였다.
그 순간, 라미아의 표정이 바뀌었다. 확신에 찬 표정으로.
"그래. 내가 묻고싶었던 게 그거였어. 고마워 세이키. 범인은 이 아일 죽였어.
하지만 그냥 죽인게 아니야. 이렇게 죽였지. 바로 그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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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이 설명을 듣자, 일순간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설마!"
"그럴 수 있어?!"
"범인! 잡히면 보자. 용서하지 않겠어."
"너무 잔인해.."
"일단 이렇게 죽일 수 있기 위해선, 과학실과 깊은 관계가 있어야해.
그렇다면 범인은 과학부, 아니면 화학실험부가 되겠지."
"하지만 우리 중에는 과학부, 실험부는 없어."
라미아의 추리를 세이키가 반박했다.
"잠깐. 왜 '우리 중에는'이란 말이 들어가? 혹시...설마.."
"우리들중에.. 범인이 있다는 말이지..?"
겁에 질려하며 이야기하던 수연의 말을 도성이가 이어서 끝맺었다.
"유감이지만, 그럴꺼야."
세이키가 덤덤히 대답했다.
의원들의 표정은 더욱 굳어졌다.
"이젠 우리들조차 믿을 수 없게 된거야.."
"범인이 우리 가운데?!?!"
"이럴수가.."
"의원이란 녀석이 그럴 수 있어?!"
웅성웅성.
이 웅성임을 라미아가 잠재웠다.
"그럼. 이제 범인을 추리해보자고. 더이상의 희생을 줄이게..
우리 중에는 특별활동으로 과학실에 간 적은 전무해. 그렇다면 개인이 과학실에 간 적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수하도록 해."
"나와 수연이, 그리고 나카렌이 한세트로 과학실에 갔었어."
세이키가 손을 들며 증언했다.
"그..그래. 나카렌이랑 나, 그리고 세이키하고는 올림피아드 대회 준비 때문에 과학실에 가야했어."
수연이가 아직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뒷받침했다.
그리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나카렌.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나. 나와 맹꽁이 저녀석, 그리고 연화랑 종화, 이렇게 나란히 과학실 정리에 당첨됐었어."
루트가 조용히 손을 들고 말했다.
"과학실 정리?!"
"그래. 그날 이렇게 나란히 각자 수업시간에 지적을 받았나봐. 그래서 벌로 정리를 하게 된 거지."
모두 끄덕. 순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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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여기 좀 와봐!! 뭔가 있어!!"
맹꽁이가 어느 새 살인현장 근처까지 갔더니, 책상 위에 무엇인가를 가리켰다.
모두들 달려가서 확인했다.
A클래스에서 쓰는 영어교재였다.
하지만, 펴져 있었다. 그리고 본문 군데군데 펜으로 색칠을 해두었다.
그리고 책장 맨 위에는 떠는 듯한 필체의 글자가 적혀있었다.
Ancient Egyptian
이집트인? 이집트어?
(글자가 지워진 본문은 이러했다.)
But there is a solution for these problems. According to experts, traditional board games are the answer. Besides developing players' math and reading skills, traditional board games teach them how to win or lose graciously. Children also learn how to play fairly, take turns, and concentrate without rapid main graphics.
-그렇지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전통적인 보드게임이 바로 해결책이다. 전통적인 보드게임은 게임을 하는 사람의 수학실력과 읽기 실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품위있게 이기고 지는 법도 기르쳐준다. 아이들은 또한 정당하게 게임하는 법, 순서를 지키는 법, 그리고 빠르고 중요한 컴퓨터 그래픽 없이 집중하는 법을 배운다.
"가려저버린 알파벳, 순서대로 나열해보자. 그러면 무슨 특징이 나타나겠지."
"그래. 저 Egyptian이란 힌트, 중요할 것 같아. 영어도 언어, 저 뜻도 언어라는게 있으니까. 이집트어."
"그 특징을 살려서 추리하는게 중요할 거야.."
-저 메세지가 주고자 했던 의미를 밝혀내는게 먼저다.
두 탐정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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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 가운데엔 두명의 친구가 사라졌다.
그리고 우리 가운데 범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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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1일 P.M 11시 30분
"꺄아아아아아악!!!!!!!!!!!!!!!!"
높고 날카로운 소리.
학생부관 3층복도가 떠나갈 듯이 누군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계단을 오르며 라미아에게 조사를 부탁한 카즈오의 '이집트 암호'에 대한 비밀을 풀었을 무렵,
난 3층 복도에 거의 다 왔었고, 그 비명소리를 정면에서 들었다.
비명을 지르던 주체는 수연이었다.
그녀는 땅바닥에 주저앉은 채 손으로 입을 가리며 공포에 떨며 손가락으로 위원회실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난 그 즉시 튀어갔음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무슨일이야!!"
"세..세...세이키... 저.. 저..저기... 맹...맹꽁이...맹꽁이가.... "
"진정해. 진정해라고. 맹꽁이가 왜?!"
"저기... 저.. 저기..."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따라갔다.
활짝 열린 위원회실.
켜져있는 스탠드불빛과 또 다른 불빛.
그것만이 안을 조금 밝히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맹꽁이가 안에 있었다.
엎드려있는 채로.
죽은 맹꽁이가 위원회실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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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상황파악이 모두 끝나자, 난 휴대폰을 꺼내 라미아의 잔화번호를 찾았다.
"여보세요-"
"나 세이키. 지금 어디있어?"
"아! 세이키! 나? 지금 너가 부탁한 조사 일찌감치 마치고 지금 자습실."
"얼른 위원회실로 와줘."
"혹시.. 또 당한거야...?"
"응. 세번째 범행이야. 그런데 이번엔 장소가 독특해. 위원회실이야."
"...........금방 갈께."
잠깐 침묵해있던 라미아가 짤막히 대답하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서 난 다른 위원들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정확히 3분 뒤, 라미아가 왔다.
그로부터 다시 3분 뒤, 12인위원회가 복도에 집결했다.
"세번째 살인사건이야."
내가 무겁게 입을 뗐다.
"이번에는 맹꽁이가 당했어. 저 안에서.."
내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으로 모두 쳐다본 위원들.
정적만이 흘렀다.
"맹꽁이가... 설마.. 그 녀석, 잠시 일이 있다고 자습일에서 나갔단 말이야. 1시간 30분 전에."
세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벌써 세번째인가..."
한동안 조용히 있던 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모두 끄덕.
당시 상황을 정리해보자.
그 당시엔 수연이가 발견했고, 내가 두번째 발견이었다.
시간차는 5초 이내. 조작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저렇게 놀랠 수 없으니까. 저건 연기가 아니야..
당시 위원회실에는 불이 켜져있지 않았어. 그저 스탠드 불빛과 어느 희미한 불빛 하나.
이 두 불빛이 보였을 뿐.
위원회실 내에서 빛을 낼 수 있는 기구가 있나 생각해보자.
일단 스탠드. 그리고... 전자레인지. 그리고..... 그리고.... 냉장고...!
냉장고를 보았다.
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냉장고 주위로 조심스레 가보았다.
바닥에는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다.
냉장고 앞에 서서 냉장고를 조심스럽게 열어보았다.
내 기대와는 달리, 냉장고 안은 평범했다.
매실주스 절반 들어있는 1.5L 병
과자 3종류,
햄 두 덩어리....
물수건 5개.
따지 않은 오렌지주스 1.5L 병
매실주스가 훨씬 줄어든게 의심스러웠다.
며칠 전만 해도 3분의 1 정도 비어있던 매실주스가 이렇게 많이 줄었다는 의미.
누가 마셨다는 의미로밖에 볼 수 없다.
이번 사건과 연관이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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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우-웅
세이키가 주었던 조사를 끝내고 잠시 자습실로 향하는 도중, 주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세이키였다.
"여보세요-"
"나 세이키. 지금 어디있어?"
"아! 세이키! 나? 지금 너가 부탁한 조사 일찌감치 마치고 지금 자습실."
"얼른 위원회실로 와줘."
"혹시.. 또 당한거야...?"
"응. 세번째 범행이야. 그런데 이번엔 장소가 독특해. 위원회실이야."
"...........금방 갈께."
이젠 더 대담해졌다. 위원회실에서 위원을 살해한 위원.
또 한명이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젠 알고 싶어진다. 왜 우리 위원들의 목숨을 노리는지.
왜 하필이면 우리 친구들인지...
묻고 싶어진다.
방향을 바꿔, 학생부관으로 향했다.
대략 3분 쯤 후, 난 위원회실에 와있었다.
거기에는 메세지를 보내고있던 세이키와 공포에 질려있는 수연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위원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세이키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세번째 살인사건이야."
잠시 침묵
"이번에는 맹꽁이가 당했어. 저 안에서.."
내가 가리킨 손가락의 방향으로 모두 쳐다본 위원들.
정적만이 흘렀다.
"맹꽁이가... 설마.. 그 녀석, 잠시 일이 있다고 자습일에서 나갔단 말이야. 최근에."
세하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벌써 세번째인가..."
한동안 조용히 있던 반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제는 맹꽁이가 죽었다.
종화와 카즈오의 뒤를 이어서...
들어가자는 세이키의 제안에 모두들 살짝 끄덕이며 들어갔다.
나도 같이 들어갔다.
그리고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미 세이키는 냉장고 쪽으로 가고 있었다. 또 어떤 단서를 잡았겠지.
맹꽁이가 쓰러져있던 곳은 자기 업무 책상의 옆이었다.
더 세심히 조사하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췄다.
무릎으로 기면서 주변을 찾아보았다.
카펫 주변. 별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그 때, 내 눈엔 카펫 위에 떨어진 찢겨진 종이 한 부분을 찾았다.
주위를 더 둘러보았다
몇번 뒤적뒤적 거렸더니 내 손에는 찢겨진 종이가 제법 모였다.
"나카렌!! 잠시 와줘."
나카렌이 잠시 놀리는 듯 하더니 금세 다가왔다.
난 내 손에 종이무더기를 나카렌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이거, 원래 종이로 맞춰줘. 하나의 쪽지였던 대로."
"알았어."
순순히 나카렌이 응했다. 그 쪽지를 들고 나카렌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다른 위원들과 같이 맞추기 시작했다.
'못맞추면 어떡하지'란 생각따윈 하지 않았다.
종이 색은 분홍색. 공식 보고서에 분홍색으로 제출하는 학생은 아무도 없다.
더이상의 증거가 없어보이자, 다시 일어섰다.
이젠 바닥이 아니라 탁자 위를 실펴볼 차례이다.
서서 탁자를 바라보자,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잔 2개가 날 기다렸다는 듯이 보였다.
어느 새인가 세이키도 내 옆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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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아와 세이키는 나란히 맹꽁이의 책상 앞에 서있었다.
그들은 공통된 물체를 응시하고 있었다.
물기가 조금 남아있는 컵 2잔.
"이게 살인도구였을까..?
"그것밖엔 방법이 없어. 시체엔 상처하나 나지 않았잖아."
"그렇겠네.. 이번에도 역시 독살인가..?
"아직은 모르겠어. 더 조사해보자."
세이키가 잔 하나를 들어보았다.
찰랑
음료수가 안에 조금 들어있었다.
매실주스였다. 하지만 색이 조금 연했다.
"색이 연해진 매실주스, 컵 표면의 물방울들."
혼자서 중얼거리는 세이키.
그 때였다.
"안돼!! 연화야!!"
라미아가 외쳤다.
모두들 소리나는데로 고개를 돌렸다.
라미아의 외침에 깜짝놀란 연화는 손에 매실주스병을 쥐고있었다.
"뭐하는 짓이야! 범인이 이걸로 살해했을지 누가 알어!!"
세이키가 화를 내며 연화에게서 매실주스병을 빼앗았다.
"미..미안해.. 이건 상관없어서 마셨어..."
연화가 겁먹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야. 이것도 상관없는지 누가 알어. 방심하지마. 우리들 중에 범인이 있다고! "
"알..았어.. 미안해..."
연화가 축 늘어졌다.
"잠깐."
세이키가 중얼거렸다.
'매실주스를 먹었는데 멀쩡했다고? 그럼 매실주스에는 없는 거네..
연해진 매실주스의 색, 컵 표면의 물방울...? '
"아!" / "아!"
둘이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알겠어. 범인은 이걸로 죽인거야. "
세이키가 냉장고로 달려갔다.
그리고 황급히 문을 열더니 얼음 트레이를 꺼냈다.
얼음 트레이는 군데군데 비어있었다.
"역시. 이게 힌트였어."
"뭐냐구! 혼자 중얼거리지 말고 빨리 이야기해봐!!"
루트가 기다리다 화가 났는지 신경질을 부렸다.
"알았어. 이번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바로 이거야."
라미아가 세이키 대신 얼음 트레이와 컵을 보여주었다.
"이...거?"
모두들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설명해주기 전에, 이 부서실 당번이 누구지?"
"나와 카즈오, 수연과 세하. 그리고 반이야."
연화가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하였다.
"그렇다면 이제 범행을 어떻게 저질렀는지 설명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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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세번째 사건에서도 중요한 단서를 얻었다.
이제... 어느정도 윤곽이 잡히는 것 같았다.
"쪽지를 모두 맞춰보았어."
나카렌과 반이 다가와 라미아에게 말했다.
"이거, 다른 종이에 옮겼어."
-오늘 밤, 학생회관 위원회실에서 기다릴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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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A.M. 11시
"응. 그래 그랬어. 내 눈은 정확하다니까. 내 기억력도 정확했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줘."
한 쌍의 여학생들이 복도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 녀석, 종화를 좋아했어. 그런데 종화는 카즈오가 전학온 뒤, 그 여자 뒤만 따라다니기 시작했지. 그 녀석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상처받은 그녀에게 다정히 대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그게 맹꽁이였나봐. 그래서 그녀석은 맹꽁이를 좋아하게 되었지. 그렇지만, 맹꽁이도 카즈오의 추종자 중 한명이었어. 나 같았어도 열 받았겠어. "
"좋아하는 사람 둘 다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있었다..라.."
"이거 무슨 불륜드라마도 아니고.. 웃기지 않냐? 맨날 발목양말만 신고다니는 그 녀석. 웃기는 녀석이지."
"좀 아이러니하긴 해."
"근데 더 웃긴건 뭔지 알어? 카즈오가 나카렌을 좋아한다는 점이야."
"뭐?! 그런데?"
"이번엔 그 녀석 취향이 나카렌인거야!!!"
"어머머머.... 어쩜 그럴수가..."
"어엇- 수업 늦겠다. 이정도면 충분해?"
"응! 충분하지. 고마워!!"
여학생 둘이 각자 다른 방향으로 헤어진다.
그리고 잠시 뒤. 코너 뒤에서 줄곧 서있던 어떤 사내가 움직였다.
그리고는 걷기 시작했다.
햇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나카렌이었다.
"역시... 그 암호의 의미는 이런것이였나..? 카즈오. 이걸 남겨주고 싶었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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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아무래도 안되겠어."
세이키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분명 표적은 12인위원회 위원이야. 이대로 따로따로 행동하다간 다 죽게 생겼다고."
그 때 당시, 12인 위원회는 범행장소인 위원회실에서 헤어져, 각자 일상으로 돌아가 있던 상태였다.
"라미아, 얼른 너도 위원들에게 문자를 보내. 2시간 뒤, 위원회실로 집합하라고.
아무래도 비상회의를 열어야겠어."
그렇게 말한 세이키는 폰을 꺼내 문자를 치기 시작했다.
-2시간 뒤, 위원회실에서 비상회의가 있습니다. 반드시 빠짐없이 참여해주시기 바랍니다.
문자 확인을 한 즉시, 답장 바랍니다.
나도 똑같이 문자를 쳤다.
문자를 보낸지 2분 뒤.
"웅-"
문자가 왔다.
『알았어.』
반의 문자였다.
"웅-"
『아마도 그 사건에 관해서겠지? 오케이.』
나카렌의 문자였다.
"웅-"
『비상회의? 역시.. 나도 참여 가능.』
도성이의 문자.
지금까지 살아있다고 확실시된 사람은 5명.
"세하, 수연이는 연락 왔어."
세이키가 이야기해줬다.
"이제 남은 건 연화랑 루트네...."
"뭐.. 원래 그 녀석들은 반응이 느리니까.."
세이키가 피곤한 듯이 기지개를 쭉 펴고는 그대로 책상에 뻗었다.
나도 소파에 털썩 앉았다.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인이 일어났던 상황들.
그리고 그 증거들을 연관지어보았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살인범.
"야! 라미아!"
누군가가 흔들어깨웠다.
반이었다.
황급히 일어나 시계를 봤다.
이미 2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신을 차리고 위원회실 안을 둘러보았다.
위원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 적어보였다.
살해당한 3사람을 제외하고도 인원이 훨씬 적었다.
"안 온 사람이 있는 것 같네."
"어. 세이키하고, 연화하고 루트가 안보여. 아! 나카렌도 없어."
세하가 말했다.
"혹시... 혹시나...."
모두의 표정이 변하였다.
"지금 당장 학교 전체를 샅샅이 뒤져봐. 각자 폰 번호 알지?! 애들을 찾으면 전화줘."
"알았어!"
"얼른 움직여! 또 다른 살해가 일어났을지도 몰라!"
불안했다. 세이키도 없는 마당에 또 다른 살해라니.
혹시 세이키가 당했다면..?
"수사는 내가 할께. 이 수사로 인해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야."
며칠 전, 세이키가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다
불안했다. 의지할 사람도 없다.
미치듯이 교내를 돌아다녔다.
돌아다니다 구관으로 들어왔다.
"세이키!!! 세이키!!!"
문자를 보냈지만 답장이 없다.
제발 무사히 살아있기를..
웅-웅-
어두운 복도에 진동소리가 울려퍼졌다.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라미아! 어서 여기로 와봐!! 나카렌이 죽었어!!」
두려움에 떨면서 폰 저편에서 세하가 말했다.
또다시 우려하던 일. 일어나선 안될 일이 일어났다.
또 다시 누군가가 살해를 당했다.
"그 장소가 어디야..?"
「여기가.... 어디지?」
「여기? 거기잖아! 복관 옥상계단!」
또다른 목소리. 희미하긴 하지만, 도성이의 목소리다.
「맞다! 복관 옥상계단이야. 어서와줘!!」
뚝-
복도가 조용해졌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옥상계단으로 달려갔다.
달려가는 도중, 의외의 사람을 만났다.
"연...연화야!"
"어라? 라미아 니가 여긴 왜..?
"내가 묻고싶은 걸."
내 앞에는 체육복주머니를 들고 있는 연화가 서있었다.
"무슨 일이길래 그래?"
"그러는 넌 여긴 무슨 일인데??"
"글..쎄... 난 체육복을 찾으러 가고 있었어. 꼭 들고 가야해서.."
"그게 친구가 죽었는 것 보다 더 중요한 일이었어?!"
"죽긴.. 누가 죽어..? 누가 당한..거야?
"나카렌."
"말...말도 안돼......"
연화가 힘없이 주머니를 툭 떨어트렸다.
푹. 옷감무더기가 바닥을 치는 소리가 났다.
안에 들었는건 체육복이 맞나보다.
"어서 올라가자. 옥상에서 발견됐나봐."
"알..알았어.."
나랑 연화는 계단을 필사적으로 올라갔다.
옥상계단.
어둠 속에서 붉은 자국이 들어왔다.
그 붉은 자국이 있는 곳에 나카렌이 쓰러져있었다.
"미리 내가 살펴봤는데, 나카렌을 머리 뒷부분을 엄청 세게 맞고 죽었나봐. "
세하가 올라온 우리를 보자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나카렌은 머리 뒷쪽이 찢어졌어. 그 출혈이 이 일부일거야."
도성이가 덧붙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시체를 더 살펴보기로 했다.
정말 머리 뒷쪽이 엉망이었다.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앞으로 뻗어있는 손.
손을 보았다. 이번에도 다잉메세지가 있을까...
손을 잡고 들어보았다.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손톱에는 무엇인가 묻어있었다...
피묻은 살점으로 보였다.
"이게 무슨 일이야!! 나카렌이 죽다니!!"
허겁지겁 올라오며 세이키가 말했다.
그의 양 손에는 버거킹 봉지가 들려있었다.
"위원회실에서 먹을 간식을 선생님과 사러 나갔었는데..그 사이에 범행이 일어날 줄이야..."
그 뒤를 이어서 위원들이 무더기로 올라왔다.
"이젠 여기야?/ "나카렌도 당했어."
"너무 무서워" / "이젠 어떻해 ㅠ"
"위원들!! 내가 무슨 발견을 했는지 알어?"
마지막으로 올라온 반의 손에는 피묻은 몽둥이가 들려있었다.
"이거, 2층 계단에 떨어져있었어. 그런데 급하게 올라오면 안보일 그런 위치에 있더라."
"그래..?"
흉기도 발견되었다.
또 다른 증거가 없을까...
전부 힘을 모아 먼지 하나 찾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더이상의 증거는 없었다...
이번 살인에는...
증거가 너무 열약하다.
손톱의 살점과 몽둥이. 그것 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4번째 위원을 떠나보내고, 위원회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위원회실에서 자고 있는 루트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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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 다음 날.
위원회실에는 살아남은 8명이 모였다.
"에휴... 이젠 무서워서 어디 다니지도 못하겠어.'
"무슨 소리야.. 범인은 우리 가운데 있다잖아..."
"너무 뻔뻔해... 친구를 죽이고도 이 안에 있다니..."
"무...무서워...."
난 앉아서 애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애들 모두 1주 동안 시달렸는지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다.
특히 라미아. 많이 수척해졌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다.
도성이도 그렇고, 수연이도, 루트는... 늘 몽롱해보이고,
세하와 반도 지친 표정이었다. 연화도....
복장도 하나같이 교복이었지만, 깔끔하지 못했다.
연화만을 빼고. 연화는 언제나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똑바로 매어져있는 리본과 구김 하나 없는 블라우스.
그리고 발목양말만 신고다니는.....?
아니다. 오늘 뭔가 틀려보인다.
검은 색 오버니삭스가 내 눈에 들어왔다.
변화를 싫어하는 녀석이 의외로 변화를 추구했다.....?
"나카렌의 손가락에서 피묻은 살점 같은게 나왔어. 누군가의 피부를 잡거나 긁어서 묻은 것일거야."
라미아가 어젯밤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얏!!"
연화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연화를 바라보았다.
발목을 잡고 쓰러져있었다.
"미....미안해. 모르고 내가 앞으로 지나가다 발목 뒤를 발로 밟았어."
도성이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다쳐서 너무 아팠단 말이야!!:
연화가 신경질을 냈다.
오버니삭스에, 발목에 난 상처..?
한순간, 지금까지 쌓여왔던 진실들이 하나로 통했다.
라미아를 바라봤다.
그녀도 날 보고 있었다.
진실은 밝혀졌다.
드디어 범인을 알았다.
"모두 잠깐!!!!"
라미아와 내가 고함을 치자, 일순간 조용해졌다.
"드디어 ..."
"범인을 알아냈어.."
"가만히 있다 그게 무슨소리야?! 범인을 진짜 알아냈다구?1"
"그래. 범인은 우리 가운데 있어."
"범인은.,"
"바로 너야!" / "바로 너야!"
두 사람이 가리킨 손가락은 한 사람을 지목하고 있었다.
지목당한 사람의 표정은 굳어졌다.
"범인은 너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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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상] The Last Reminiscence 분석
Tracked from 맹꽁이의 잡동사니 세상 삭제이제 진지하게 블로그를 해보자 라고 마음먹고... 블로그 초기화를 하자마자 올라오는 첫 글이 되었군요 [ 정확히 따지면 2번째 글이지만.. ] [ 실컷 써두고 날려먹었군요... 그 이유도 곧 드러납니다 ] 에... 현재 블로그 테스트를 위해 예전에 백업해둔 파일.. 2008년 3월 이전의 파일 좀 잠깐 복원시켜서 어느 정도 복원되었나 확인 후에 자세한 공지[?] 가 올라올 예정이니 그 때 이야기하죠 [ 물론 이 글도 쓰고 난 뒤에 옮길 예정 ] 자..
2008/05/19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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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달아 주세요
비밀댓글 입니다
2008/05/18 17:31길어서 안 읽었소
2008/05/18 19:10... [ 응? ]
라기 보다는
본인이 하얀 글씨를 잘 못 알아보는 지라..
복사해서 보려고 하니
드래그조차 금지하셨구려...
뭥미?
참고로 블로그는 결국 초기화를 단행했소..
초기화...
안타깝군..
왜 내가 메인탐정역이 아닌거야!!????
2008/05/18 19:13살아남으신 것만 해도 다행이신듯...
자기랑 같은 학교얘들은 다 죽였어
이런 젠장
랜덤 추첨에서 탐정으로 되셨는데..
그래도 가장 비중있는 역활인데..(흑흑)
왕맹꽁이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음.
ㅡㅡ;; 무뇌상태에서 읽었는데;;; 쩝;; 대충 범인은 누구신지 아 아실꺼고;;;;
2008/05/18 22:03트릭만 남은상태;;; 멍하게 읽어서 먼지 모르겠다;;;
오늘 하루종일 컴터 손본다고;;;; 결국;;;; 컴터를 백지상태로 만들었음;;;ㅋ
너라면 고득점도 가능할 듯.
컴퓨터 백지라니... 삼가 명복을..